<17일차>우울증 약 복용 끊은지 십이일째(2023.06.09)

2023. 6. 9. 21:16diary/감정 쓰레기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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깨어보니, 저녁 10시 50분. 한 시간도 제대로 못 잤다. 이런 경우는 또 처음이다. 잠이 충분하지 않으니 쉽게 또 잠에 빠졌다. 그리고 새벽 1시 반,, 다시 깨어났다. 고요한 적막만 흐르고 있었다. 향초의 불빛만, 흔들거렸다. 음악도 켜져 있고, 당연히 쉽게 잠에 빠질 줄 알았다. 하지만, 이번에는 좀 달랐다. 아무리 누워 있어도 이상하게 잠이 들지 않았다. 그렇게 뒤척뒤척거리다가 쓸 때 없는 생각에 사로 잡혀 울었다. 얼마나 울었을까? 시간을 보니 어느새 새벽 5시였다. 누워 있어 봤자 더 잠을 잘꺼같지도 않아 이른 아침을 먹고, 하루를 시작했다. 그런데 오늘은 일찍 깨어있는 것치곤, 뭔가 과부하가 걸린 느낌이 들었다. 자꾸만 멍을 때리고 있었다. 그렇게 느긋하게 아침 운동 2시간을 했다. 그리고 내일 복숭아나무에 설치할 끈끈이 트랩을 끈으로 미리 걸 수 있도록 밑작업을 시작했다. 오전이면, 끝이 날줄 알았던 밑작업은 하루종일 걸렸다. 단순노동 작업,, 그 누가 그랬던가? 단순노동 작업만큼 머리 비우기 쉬운 일은 없다고.. 나는 되려 잡생각이 꼬리에 꼬리를 물었다. 예전에 공장에서 잠깐 아르바이트했던 게 생각이 났다. 그때도 딱 이랬다. 감정적으로 복잡하면, 머리 비우기는커녕 잡다한 생각들로 가득 찼었다. 이럴 땐 내 정신을 붙잡아주는 친구에게 연락을 했었다. 하지만, 지금은 이 세상을 떠나 친구에게 연락을 하고 싶어도 할 수가 없다. 집 나간 내 정신은 어떻게 붙잡아야 하는 건지 친구가 없는 지금의 나는 고장 난 인간이었다. 누가 내 눈물샘에 수도꼭지를 달아놨는지 이 글을 쓰면서도 친구가 죽기 전에 했던 말들이 자꾸만 떠올라 눈물이 멈추지 않는다. 이래서 의사는 나한테 그런 말을 했나 보다.. 우울증 약 며칠 먹고 잠깐 괜찮아지니깐 괜찮아진 줄 알고, 안 오는데.. 보통은 악화되어 다시 온다고, 그러니 꼭 약은 최소 2~3개월은 먹어야 한다고 했었다. 그때는 그냥 흘려 들었는데… 지금은 알꺼같다. 심장이 심하게 두근거린다. 오늘은 여기서 그만 누워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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